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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다

뚱뚱한 여자친구 용서가 안된다는 남자. 진정 사랑하기는 했냐?

기사 원문이다.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03&newsid=20090613153008091&cp=

한겨레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딴 코너를 시행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어떤 내용일 지 예상하고 눌렀는데, 역시나였다.

기사에 나오는 질문자의 질문 내용이다.

얼마 전부터 연애를 시작한 20대 후반 남자입니다. 스스로도 키가 작고 외모도 그다지 볼품없어서 이성을 볼 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을 철석같이 믿다가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돈도 없고 차도 없고 빽도 없는 (물론 외모도 후진) 나를 좋게 봐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의 뚱뚱한 몸매가 부끄러워집니다. 우회적으로 "우리 같이 운동할래?" 했더니 싫다 하네요. 데이트하면 자꾸 다른 남자들의 여자친구와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되며 마음 아파합니다. 실은 예전에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는데 처음엔 좋아서 사귄다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사귄 거나 다름없더군요. 저 자신이 무척 한심했고 그녀에게도 미안했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것 같아 지금 그녀와 스킨십도 자제하고 최대한 그녀의 좋은 면만 보려고 노력하지만 제 사진기에 찍힌 그녀의 모습을 혼자 보노라면…역겨움이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조건도 가당치 않은 게 타인의 외모를 따지고 있는 스스로가 무척 한심하고 원망스럽구요. 참 착한 친구라서 정말 성격으로 따지면 이런 친구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 걸 스스로 주입만 시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애, 이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같은 남자로서 정말 질문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면 나는 이 남자는 인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 친구가 뚱뚱한 거 알면서도 사귀었다면서 뭐하나 내세울 거 없고 심지어는 외모도 딸린다면서 어떻게 여자친구의 외모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실망한단 말인가...
그러면서 정말 착하니까 만나준다는 식이다.

정녕 20대 후반의 남성이라면 아마 이 남자는 지금껏 인생 헛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외모를 전혀 안 따질 수는 없다는 거 안다.
하지만, 외모를 따질 거였으면 처음부터 따지든가, 처음엔 자기를 좋아해줘서 고마워서 사귀었는데 사귀다보니 부끄러워요 이러는 건 그동안 풀지못한 섹스에 대한 욕구로 인해 눈에 뵈는 게 없어 마침 옆에 있던 여자 아무나 붙잡고 해버린 다음 성욕을 어느 정도 해소하니까, 이제 눈이 밝아져서 부끄럽다는 건 진짜 생각없는 놈이요, 인간말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연애? 질문자 놈은 지가 연애를 하고 있다는데, 과연 연애일까?
착한 여자 가지고 노는 거지.

근데 칼럼니스트란 인간의 답변은 이 어이없는 질문을 명문으로 승화시킬만큼 가관이었다.

괴로운 연애, 타협하는 연애는 그만두고 "난 살찐 여자가 싫다."라고 말해버리고 반응을 살펴보란다.
그래서 여친이 헤어지자고 하면 그러란다.

참나... 칼럼니스트란 인간은 질문을 제대로 읽고 상황 파악은 제대로 했나 싶다.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여자가 상처를 받고 여자가 당하는 상황인데, 뚱뚱한 네가 싫다는 직격탄을 날리고 반응을 살펴보라는 게 말이 되는가.

남자가 연애를 했다는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저 상황을 연애라고 생각하는 건가.
못난 놈이라 그동안 여자 하나 제대로 못 만나고 돈도 없어서 성매매 업소도 찾지 못한 인간인데 때마침 옆에 여자가 하나 나타나서 못난 놈을 좋게 봐주니까 이때다 싶어서 섹스를 하긴 했는데 하고 나서 보니까 얘 왜 이렇게 뚱뚱해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다니기 부끄럽고 헤어질까 말까 고민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착하니까 봐주자는 파렴치한 생각을 하고 있는 놈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연애가 아니고 가지고 노는 놈한테 괴로워하지 말고 "너 뚱뚱해서 싫어!" 하고  일단 속시원히 말해 버리고 여자 반응을 살펴보라는 얘기를 하는 건 칼럼니스트가 아니라 무뇌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자 만날 자격도 없는 놈이 뚱뚱해서 싫은데 그래도 착해서 봐준다는 말을 하는 거 보니까 화가 치민다.
그러면서도 지는 괴로운 연애를 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에도 화가 치민다.
지가 데리고 놀기 좋으니까 만약 그녀가 없으면 매일 매일 오형제의 손으로 성욕을 달래야 하니까, 아쉬운대로 만나주겠다는 것밖에 더 되나.

옆에 있으면 진짜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
칼럼니스트라는 인간은 여자니까 때릴 수는 없고...
다만 한마디만 해주고 싶다.
"니 얼굴이나 걱정해." (붕어같이 생긴 니 얼굴에 대해서나 상담받아!)




여자 친구의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기에 사진 공개는 하지 못하지만, 지금 사귀는 여자 친구 솔직히 뚱뚱(?)하다. 처음엔 통통한 정도였는데 사귀다 보니 뚱뚱해졌다.
(음... 어느 정도가 뚱뚱한지 잘은 모르겠지만, 보통 여성들 몸무게보다 10kg정도 더 나가는 거 같다...)
내가 많이 먹여서 그런 건 당연 아니다.
많이 사주지도 못했고 잘해주지도 못했다.
그런데 1년을 만나다 보니 처음엔 나와 비슷한 몸매였는데, 이제는 나보다 덩치가 더 커졌다. (남자와 다르게 여자는 몸무게가 조금만 늘어도 살이 확 쪄버리더라...)
그래도 난 여자 친구의 몸매에 대해 불만없다.
왜? 사랑하니까.
좀 뚱뚱하면 어때서?
밖에 같이 다니기 쪽팔리다고?
뚱뚱한 체격에 미니스커트 입고 다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뚱뚱해서 걸어다닐 때 도보를 차지한 것도 아니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옆사람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쪽팔려야 하나?
걸어다니는 다른 커플을 보면서 저 커플 여자는 날씬한데 얘는 왜 이래 하고 생각해본 적 없다.
TV나 영화 등의 각종 미디어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날씬하고 그 풍조로 인해 날씬한 여성들이 대접받고 이쁜 여성들이 대접받는다고 하지만, 내가 그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그 사람들과 나는 사는 세상이 다른데.
나를 좋게 봐주고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잘못하고 실수해도 이해해주고 곁에 있어주는 사람인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닐까.
살은 언젠가는 빼면 되는 거 아닌가.
여자 친구 스스로가 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자기 스스로가 몸이 부대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 말 안해도 알아서 빼려고 노력한다.
그 때가 되면 옆에서 격려해주고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실제로 내 여자친구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자기 스스로가 몸이 부대껴서 안되겠단다.
그럼 된거지.

너무 외모에 집착하지 말자.
그게 다 욕심에서 나오는 거 아닌가.
나의 단점은 보질 못하고, 인정하지 않으면서 남의 단점만 보기 때문 아닌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안좋은 말과 행동을 한 만큼 나도 언젠가는 그만큼 아니 그 이상 당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