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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분하니 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고자 하는 분들은 백스페이스 키를 눌러주시기 바란다.
북아일랜드의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아마 이 영화 <파이브 미니츠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을 한다.
아일랜드 섬에 위치해있지만, 영국에 속한 지방 북아일랜드.
지리적인 위치가 아일랜드이고 주민의 절반이 아일랜드계이기 때문에 아일랜드로의 통합을 주장하는 세력이 당연히 나타나게 되고, 반대로 국가적인 상황을 보자면 엄연히 영국과 아일랜드의 조약에 의해 오래전부터 영국의 땅이었고 역시 주민의 절반이 영국인이기 때문에 영국에 그대로 속해있자는 세력이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느 사회나 존재하는 과격 단체.
아일랜드로의 통합을 주장하는 신페인당과 IRA와 영국에 그대로 남아있자고 하는 UVF가 바로 그들이니,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갖은 방법으로 살해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입증하고 자랑스러워하며 각각의 세력에서 인정받는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당연히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던 소년 알리스테어(리암 니슨)는 당당한 UVF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아일랜드계 지역에 쳐들어가 또래의 한 소년을 죽인다. 명분은 죽기 전에 먼저 죽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살인의 현장에는 희생자의 동생인 조가 있었고, 이 둘의 만남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후일을 기약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 30년 후에 "화해" 프로그램이라는 주제로 한 방송사에서 당시 사건의 피의자인 알리스테어와 피해자의 동생인 조를 초대한다.
말 그대로 "진실과 화해"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하지만 과거를 용서하고 이해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닌 법.
피해자인 조는 형의 암살 현장에서 암살을 막기 위한 아니면 암살자를 해하기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려 30년 동안이나 어머니에게서 학대와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지낸 30년의 상처를 단 한순간의 만남으로 씻어낼 수 있을까.
결국 방송 촬영은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한 채 끝이 나버리고 조는 돌아가버린다.
한편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떠한 희생도 각오하고자 했던 알리스테어는 돌아가버린 조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잘못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게 된다.
그후 무언가 마음의 결심을 하고 조를 찾아간 알리스테어.
잠깐 동안의 격투를 끝내고 알레스테어는 과거 행적의 전모를 들려준다.
영화는 그렇게 결말을 향해 흘러간다...
감독은 영화 <파이브 미니츠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에서 알리스테어와 조라는 인물 두 사람을 등장시켜 북아일랜드의 영국계와 아일랜드계의 이해와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부터 1998년 평화 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북아일랜드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IRA와 UVF간의 처절한 살육.
그로 인해 무고한 시민과 경찰들이 수없이 희생당했고, 초기 IRA와 UVF를 지지하던 시민들도 서서히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IRA와 UVF는 끝내 평화안에 서명을 하게 된다.
하지만, 평화안에 서명을 했다고 해서 그간의 앙금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두 집단의 테러 행위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희생자의 가족들이 여전히 살아있고 그들의 가슴 속엔 그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 상처를 한순간에 잊을 수 있을까.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을까.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것은 북아일랜드 주민들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있고 감독은 이런 상황을 영화를 통해 상처뿐인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아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의 장면을 통해서...
1. 알리스테어의 대사에서...
"날 지워버려 조. 네 머리에 내가 아니라 딸들이 있을 수 있게 해. 그 자리를 내게 주지 마... 난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집에 가서 가족들을 위해 살아."
2. 그 후 알리스테어에게 전화한 조의 대사를 통해서...
"우리 이제 끝났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한번 생각해봤다.
동족상잔의 비극 6.25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휴전 상태.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을 살육한 과오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과연 얼마나 하고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 과오를 빌미로 서로를 더욱 원망하며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쩌면 이제 서로가 동족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이념의 대립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남과 북의 정치권들은 서로의 특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확장하려는 것은 아닌가.
민족은 서로 화해하기를 원하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언제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과거를 반성하고 용서와 화해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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