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다

이키가미. 조심해라, 언제 죽을 지 모른다.

IT칼럼니스트 2009. 5. 19. 02:15
이키가미
감독 타키모토 토모유키 (2008 / 일본)
출연 마츠다 쇼타, 츠카모토 타카시, 야마다 타카유키, 나루미 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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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24시간 안에 국가 번영을 위해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합니다."는 내용의 사망 예고 통지서 '이키가미'

일본의 어느 한 시대(아마도 현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생각), 일본 전역에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게 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자살 및 살인 등의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게 되자, 일본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들어간다.
바로 '국가 번영 유지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만든 것.
이 법의 내용은 국민 모두의 생명에 가치를 부여하고 목숨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18~24세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망 에고 통지서, 이키가미를 직접 배달하고 편지를 받은 당사자가 24시간 내에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입학시 의무적으로 예방 접종을 실시하게 되는데, 이때 아이들의 몸 속에 나노 캡슐을 투입하게 되는데, 이 캡슐 안에는 타이머가 들어가 있어 특정한 시각이 되면 체내에서 독이 퍼져 자동적으로 죽게 된다.
확률은 1/1000.

후지모토 켄고(마츠다 쇼타)는 '국가 번영 유지법' 시행 부서에 처음 입사한 날 뜻하지 않은 사건을 당하게 되면서 이 법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의문을 품게 된 사실이 들통나면 '사상범'으로 몰려 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내색은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바쁜 업무에 시달리면서 그는 이내 이러한 의구심 자체를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이 배달한 이키가미를 받은 사람의 24시간의 행동을 지켜보게 된 켄고는 잊어버렸던 의구심을 다시 갖게 되고 이후 2명의 사람들을 더 지켜보게 되면서 국가 번영 유지법과 제도 시행의 옳고 그름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단순히 생명의 경중을 따지는 것을 떠나서, 이 영화는 일본의 현실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현대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는 자살 문화와 엽기적인 살인 행각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정부.
영화는 이러한 사황을 역으로 설정해 국민 모두를 통제하는 정부를 만들고 정부의 취지에 따라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며, 이들의 사생활 하나하나를 감시하도록 했다.
일본 국민의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 개개인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정부의 여론 조작.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의 여론은 일체 무시하고 이의를 제기하면 사상범으로 처벌하는 현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현재 우리의 사회와 일정 부분 유사하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선심성 행정만 늘어놓을 뿐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국가 전체 부(富)의 90% 이상이라는 절대적인 수치를 가지고 있는 상위 10%의 부자들을 위한 정책 입안 및 시행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
국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면 미X르바처럼 구속해서 처벌하려고 하는 정부.
언론법을 만들어서 국가에 대한 비판 자체를 금지시키려는 정부.

<이키가미>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가정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것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게 답답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사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참고 버텨라. 그게 최우선이다."
지금 당장으로썬 그 날이 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머지않아 오리라 생각한다.
단, 그 이전에 선거는 제대로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