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다
신개념 학원 러브스토리(?), 아라가키 유이의 플레이 플레이 소녀
IT칼럼니스트
2009. 5. 18. 22:05
플레이 플레이 소녀
요약정보 일본 홈페이지 해외 www.fure-fure.jp/
감독 와타나베 겐사쿠
출연 아라가키 유이 (모모야마 모모코 역), 나가야마 켄토 (야마모토 료타로 역),
사이토 요시키 (오오츠보 타이헤이 역), 나이토 타카시 (야나기하라 겐조 역),
에모토 토키오 (엔도 조지 역)
일본 여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아야세 하루카, 아라가키 유이, 카호 이렇게 3명을 꼽고 싶다.
아야세 하루카는 볼륨감 넘치는 몸매 외에 자기만의 연기 영역을 확실하게 굳혀 어느 배역을 맡기더라도 그 배역을 충실히 소화해해는 진정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고, 카호는 연기력은 좀 떨어지지만 아직 어린 소녀인데다 개인적으로 이상형에 가깝기 때문이고, 아라가키 유이(일본에서는 각키라고 부른다고 한다)는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가 2006년에 단편작 <트루 러브>에서 처음엔 아야세 하루카인 줄 알고 보다가 드라마를 보던 중 전혀 다른 배우라는 것을 깨닫고 누구인가 궁금해하다가 이후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5년에 나온 <시부야 15>라는 드라마를 보고 인상깊었던 배우였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각키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해보자면,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가 <트루 러브>라는 드라마였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역시 <시부야 15>였는데, 이후 각키는 이러한 스타일의 드라마나 영화에 더이상 출연하지도 않았고, 이러한 스타일의 캐릭터 역시 연기한 적이 없다.
그리고 <트루 러브>에서처럼 청순가련하고, 연약하고, 착하고, 가끔은 약간 새침떼기인 그런 역할들만 맡아왔다.
배우에 대한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여하튼 그동안 각키가 출연한 영화, 드라마는 거의 다 본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솔직히 이 영화 <플레이 플레이 소녀>에서도 각키는 역시나 뻔한 착하고 인정 넘치는 소녀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외모나 목소리 등이 그런 역할에 딱 맞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시부야 15>에서 봤던 각키의 새로운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기 때문에 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자면, 주인공 모모야마 모모코(아라가키 유이)는 연애소설을 즐겨 읽으며, 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첫눈에 뿅 가는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이상을 품고, 시시때때로 연애소설의 구절을 읊는 독특한 캐릭터다.
이러한 그녀에게 첫사랑이 다가왔으니 야구부의 에이스 오오시마 히데키.
자신의 사랑을 티안나게 표현하고 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모코는 멤버 1명이 유일한 응원단에 들어간다. 제대로 된 응원을 위해 모모코는 각부의 퇴출 인원을 끌어모으지만, 애초에 실력도 열정도 없는 그들에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학교의 야구팀을 응원해야 하는 응원단 활동은 어렵기만 하고, 급기야 상대 응원단에게 굴욕적인 소리를 듣게 된다.
의기소침해 있는 그들에게 다가온 선배 응원단들. 이들은 후배 응원단들을 지옥의 훈련에 참여시키고, 각고의 노력 끝에 의기투합한 실력있는 응원단으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뭐, 뻔한 스토리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타의 일본 학원 러브스토리들과는 좀 다른 점이 있다.
첫번째는 보통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야구부 에이스와 매니저이고, 각각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인데, 이 영화는 그러한 구도를 깼다는 것이다.
물론, 야구부 에이스와 매니저의 러브스토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보통의 경우 아무리 오합지졸 멤버들이 모였다고 하더라도 에이스의 실력과 열정에 이끌려 차츰 야구에 열성을 갖게 되고 그런 결과로 갑자원에 진출하게 되어 우승 혹은 준우승을 일구어내게 되는데, 이 영화는 야구부의 에이스가 오히려 야구부에 실망을 하고 타 학교로 전학을 가버리게 된다.
세번째는 보통 일본의 응원단 문화를 본다면 패기 넘치고 절도 있는 남성들만의 문화인데, 이 영화에서는 특이하게도 여린 여성을 응원단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이끈다는 사실이다.
네번째는 역시 애정의 결실인데, 보통 야구부의 에이스와 매니저간의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되나,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일반 학원 러브스토리와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그간 일본의 학원 러브스토리는 야구나 축구 등의 스포츠 현장이 주무대로 등장해왔는데, <플레이 플레이 소녀>에서는 야구라는 스포츠는 부수적인 것이 되고, 야구를 응원하는 응원단이 주무대로 설정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독특한 설정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독특함만이 이 영화의 매력은 아니다.
<플레이 플레이 소녀>에는 일본 학원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졸업한 선배와 재학중인 후배간에 발생하는 선후배간의 유대감과 그를 통한 전통의 계승이라는 것이다.
학교의, 그리고 해당 부의 전통과 의식을 이어나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승하는 것.
이 영화도 역시 이런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원물의 틀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하튼 이런 여러 가지 포인트가 이 영화를 색다른 재미가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인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역시 캐스팅이다.
물론 외모상으로 볼 때 청순가련하면 현재의 일본 아이돌 여배우 중에선 단연 각키를 꼽을 수밖에 없으나, <플레이 플레이 소녀>에서의 모모코가 시종일관 청순가련의 역할이 아니라 패기 넘치는 응원단의 주장인 남성형 이미지로 변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역시 각키보다는 아야세 하루카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영화 중간의 합숙 과정이나 영화 마지막 부분의 응원 부분에서도 드러나는데, 각키의 목소리는 천성적으로 가늘고 약하기 때문에 패기 넘치는 응원에서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또 하나는 최근 일본 내에서 일본의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다양한 형식의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한 영화에는 항상 일본 최고의 인기 아이돌 여배우들을 캐스팅했다는 것이고, 그러한 아이돌 배우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자연스레 영화를 보면서 군국주의 사상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응원단 문화가 원래 일본의 군국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만큼, 이 영화 역시 그러한 연장선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가뜩이나 일본에서 역사 교과서 왜곡을 하고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는 등의 군국주의 회귀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커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의 젊은이들 또한 이런 군국주의에 알게 모르게 물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서는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두가지를 배제한다면 이 영화는 틀림없이 독특한 재미와 매력을 가진 학원 영화물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