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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잉 (Knowing). 백날 알기만 하면 뭐하나... Part 2

IT칼럼니스트 2009. 5. 30. 06:51


노잉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2009 / 영국, 미국)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로즈 번, 챈들러 캔터베리, 라라 로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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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노잉 줄거리

숫자로 예견된 대재앙의 비밀.
당신의 상상을 뒤집는 최후의 그날이 온다!

1959년 50년전,
미국의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을 타임캡슐에 담는다.

2009년 50년후,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타입캡슐에서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적힌 종이를 발견한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슬러. 그는 숫자들이 지난 50년간 일어났던 대재난의 날짜와 사망자수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더 놀라운 것은 아직 남아있는 숫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류의 대재난을 경고한다는 것.

한편 존의 주변에는 정체불명의 이상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그들을 메신저라 부르며 교감하기 시작한 아들 캘럽. 그리고 서서히 충격적 대재난의 현장들이 현실화 된다.


<노잉>에 대해서는 사실 나름 큰 기대를 했었다.
소위 지구의 멸망이라는 소재는 인간들에게 큰 관심거리 중의 하나일 것이다.
간접적으로는 지금은 사라진 역사의 산물인 "공룡"의 멸망으로 인해 멸망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때문일 것이고, 직접적으로는 인간 자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개인의 '멸망'이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는 두려움을 갖기 때문일 것이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자신이 멸망하더라도 자신의 족적은 남기 마련인데, 지구가 멸망한다면 남아있는 자신의 족적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지구의 멸망이라는 소재는 SF나 드라마, 스릴러 등의 영화에서 곧잘 사용되어 왔고, 이들 영화는 역시나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그렇다면 영화 <노잉>에서 다루는 지구의 종말은?
영화 <세븐 사인>에서의 지구의 종말은 성경의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7가지 인"을 소재로 삼았고,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외계인들의 의사에 따라 지구의 멸망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소재로 삼았고, <노잉>은 숫자라는 것을 소재로 삼았다.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항상 소리를 듣는 초등학생이 쓴 숫자.
여기까지는 참 소재가 참신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지속적으로 실망감이 들면서 줄곧 이 영화를 왜 만들었으며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50년 전 초등학생이 무언가에 쫓기듯이 적은 A4지 한장에 빼곡히 들어찬 숫자들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암시하는 정보라는 것을 알게 된 존 코슬러 교수(니콜라스 케이지)는 곧 다가올 큰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했으나 역시나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이것을 믿지 않는다. (당연히 믿기 힘들지... -_-;;)

결국 숫자가 나타내는 정보를 믿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지구의 종말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보고자 멸망의 장소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나, 정보를 미리 알아낸 보람도, 그리고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가서 멸망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노력에 대한 보상도 없이 영화는 끝나버린다.

영화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감독, 너는 진실로 무엇때문에 영화를 만들었느냐!
영화는 무엇을 전달해주고자 하는 것이냐!
이런 생각들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멸망한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류.
멸망이라는 필연적인 결과 앞에 제공된 숫자의 배열.
일반적인 영화라면 이 숫자는 단순히 '정보'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어 이를 통해 멸망이라는 결과를 생존이라는 결과로 바꾸는 그런 나름대로 보람있고 긍정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기 마련인데, <노잉>에서의 숫자는 순수하게 '사실을 위한 시공간적 정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50년 전부터 죽기 전까지 막아달라고 수없이 외쳐댔던 불쌍한 한 소녀의 외침은 허공 속의 메아리로 만들어버렸고, 그 정보를 가지고 나름대로 막아보고자 고군분투한 존의 노력 역시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최후의 최후까지 인간들을 희망고문하며 끝끝내 멸망이라는 결말을 택한 영화.

그래, 뭐 좋다.
만물에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다는 것도 당연하겠지.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냉정한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려는 찰나.
영화는 마지막 희망고문을 준비하는데,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성경 속의 노아 시대에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신이 만들도록 허락한 노아의 방주에 허락된 만물 한쌍 씩만 승선하게 되는 장면을 재현한 듯, 영화에서의 멸망 직전 장면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는데, 맙소사... 외계인의 우주선이 노아의 방주였던 것이다. -_-;;
(지구가 멸망하는데 뜬금없이 왠 우주선이 나오는 거야... --+)
더욱 웃긴 건 만물은 한쌍 씩 탑승시키는데 왜 인간은 한쌍이 아니라 여러 쌍을 탑승시키느냐이며, 기껏 노력해서 아들과 함께 우주선 앞에 도착했더니 허락된 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그냥 죽으라고 매정하게 말해버린 것이었다. (아들은 슬퍼하지도 않는다. -_-;;)
애들만 데리고 가서 뭘 어쩌려는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도 아쉬웠다.
그리고, 뜬금없이 외계인을 왜 등장시켰느냐 하는 부분은 정말 이해가 안되고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미 결정된 결말인 지구의 멸망 앞에서 종의 멸종이라는 사실까지는 막을 수 있는데 그에 필요한 존재는 다름 아닌 외계인?

결국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외계인과의 교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선택받아야만 한다는 것인가?
멸망을 미리 알고 그를 막기 위한 노력도 모두 허사로 만들어버린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외계인에게 선택받아야만 할까.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초대형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지구의 멸망과 그에 관련하여 성경 속의 내용을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이런 영화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정말 아쉽다.

2009/05/30 - [영화 리뷰] - 노잉 (Knowing). 백날 알기만 하면 뭐하나... Par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