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다

굿' 바이 : Good&Bye.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

IT칼럼니스트 2009. 5. 23. 22:03


굿' 바이 : Good&Bye
감독 타키타 요지로 (2008 / 일본)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히로스에 료코, 야마자키 츠토무, 요시유키 카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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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굿바이 줄거리

여행 도우미 No! 영원한 여행 도우미 Yes!
첼리스트에서 초보 납관 도우미가 된 한 남자의 마지막 배웅!

도쿄에서 잘나가는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인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갑작스런 악단 해체로 백수 신세가 된 그는 우연히 ‘연령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여행 가이드 구인광고를 발견하고 기대와 긴장 속에 면접을 보러 간다.
면접은 1분도 안되는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바로 합격한 다이고.
그러나! 여행사인줄만 알았던 회사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납관’ 일을 하는 곳!

하루 아침에 화려한 첼리스트에서 초보 납관 도우미가 된 다이고. 모든 것이 낯설고 거북하지만, 베테랑 납관사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가 정성스럽게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모습에 감동한 그는 점차 마음을 열어간다. 하지만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와 그의 친구들은 다이고에게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반대하는데……

아직 초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신의 마지막이 행복할 수 있도록……


히로스에 료코.
나에겐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 영화들의 주연으로 깊게 각인되어 있는 배우이다.
그도 그럴 듯이 히로스에 료코는 참 슬픈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대부분의 영화팬들에게 처음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1999년작 <철도원>에서도 그렇고 같은 해 영화 <비밀>에서도, 2003년작 <연애사진>에서도 료코는 슬픈 사랑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실상 료코의 진정한 매력은 눈물이 나는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와사비 : 레옹 파트 2>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어찌보면 당돌하고, 얼렁뚱땅한 성격으로 나오는 그녀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료코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리게 되는데, 역시 그녀는 이런 저런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 중의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 생들에게 있어 히로스에 료코는 90년대 아이돌의 대표였다. 사실 료코는 가수 활동도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노래는 잘 못했다. 그냥 그냥 하는 수준. 하지만, 아시는 바와 같이 연기는 역시 최고.

때문에 미모를 겸비한 진정한 연기자라는 생각을 하는 배우 중의 한명이다.

간만에 료코의 영화가 나와서 얘기가 좀 많이 빗나갔다.

<굿바이>는 전세계 어디를 가나 소위 천직 취급을 받는 장의사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납관 도우미라고 하는데,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납관 도우미라고 하기 때문에 편의상 납관 도우미나는 말을 쓰도록 하겠다.
일단 납관 도우미가 돈을 잘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죽은 사람이 관에 들어갈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꺼리게 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어둠보다는 빛을 좋아하는 게 보통 사람의 심리인지라,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한 애착을 갖고, 죽은 것은 멀리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면 생각을 좀 달리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찬찬히 짚어보도록 하자.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이라는 것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죽음을 아름다운 것이라 표현한 적은 거의 없다.
임창정이 주연한 <행복한 장의사>가 죽음을 소재로 했던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죽음 자체를 소재로 했다기 보다는 장의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해 조명하고 희극화한 것이라 생각하는 만큼 진정으로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단어이다.
탄생하면 소멸한다는 만물의 이치상 사람도 이 세상에 태어난 만큼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지만, 가급적 최후의 최후까지 미루고 싶을 것이다.
오죽하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까지 생겼으랴.

영화 <굿바이>는 이런 일반인들에게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다.
삶과 죽음의 사이가 전혀 섞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닌, 서로 이어져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던 다이고 역시 이쿠에이가 고인에 대해 예를 다하고, 고인과의 마음의 대화를 통해 고인이 진정으로 바라던 모습을 삶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새로운 삶으로 넘어가는 그 직전의 순간에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을 보고, 납관 도우미의 일을 걸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쿠에이와 다이고의 이런 마음과 이런 행동이 고인의 곁에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게 된다.
생전에 자신이 여자라고 믿고 생각했던 아들이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죽는 그 순간까지도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던 아버지가 아들이 생전에 사용하던 립스틱을 바르고 스카프를 맨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원하는 그 모습을 이제서나마 할 수 있게 해줘서 다행이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부분이나, 죽는 그 순간까지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했던 할머니를 위해 손녀딸이 다이고에게 대신 부탁해서 죽음을 맞이한 그 순간에나마 생전의 소원인 루즈 삭스를 신겨드리게 하는 부분 등을 통해 다이고와 이쿠에이의 납관 도우미 일이 단순히 이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혹은 연장선의 역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다이고와 이쿠에이라는 이 연결 고리를 통해서 고인과 함께 했던 아련한 추억들을 조금이나마 기쁜 마음으로 회상하고, 안심하고 '굿바이'라고 보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굿바이>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모순된 사고를 묵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살아있는 문어를 만지고 요리하는 것은 무서워하지만, 죽어있는 닭을 만지고 요리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가 남편 다이고가 납관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직후, 더럽다고 불결하다고 손대지도 못하게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조심스럽게 인간의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인간은 죽음 자체를 두려워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언젠가 죽을 것을 알지만, 아직 죽음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없기에, 주변의 사람이 먼저 죽어간 모습을 보면서 두려워하고 무서워했던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 가까이하고 싶어하지 않고 멀리 떨어지고 도망치려 했던 것이다.

또다른 예로는 납관일을 하는 다이고를 떠나 친정으로 돌아갔던 아내 미카가 다시 다이고에게 돌아가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돌편지. 돌편지는 도쿄로 낙향한 이후 개울가에서 다이고가 아내 미카에게 선물했던 것인데, 돌편지에 대한 내용은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돌을 발견해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하게 되면, 그 돌을 받은 사람은 돌의 무게와 느낌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카는 그 돌편지에 담긴 다이고의 마음을 느끼고 다시 돌아온 것인데,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가질 수 없는 무생물인 돌에서 다이고의 마음을 느꼈다는 것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이 가진 모순된 모습 중의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굿바이>는 역시 전형적인 일본 영화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또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이고가 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부분에서 나타난다.
돌편지를 통해 다이고의 마음을 이해하고 돌아온 아내 미카의 권유와 설득에 의해 머나먼 타지에서 홀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아가는 다이고.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 채 있던 다이고는 오래 전 아버지가 자신에게 준 돌편지를 통해 뒤늦게나마 아버지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동안 아버지의 마음을 몰랐던 자신을 질책하며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의 영존을 고이 수습하여 정성스럽게 화장하여 '굿바이'를 외치는 부분에서 일본 영화에서 언제나 강조하는 가족애가 <굿바이>에서도 다시 한번 나타나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들자면, 영화는 큰 감동은 없을 수도 있지만, 보고난 후에는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뭉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도 히로스에 료코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9/05/18 - [영화 리뷰] - 츠쿠지 어시장 3대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