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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or 저항?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 그 진실을 말하다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
요약정보 범죄, 드라마 | 독일, 프랑스, 체코 | 150 분 |  홈페이지 해외 www.bmk.film.de/ 감독 울리 에델
출연 마티나 게덱 (울리케 마인호프 역),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안드레아스 바더 역),
       브루노 간츠 (호르스트 헤롤드 역), 요한나 보칼렉 (구드룬 엔슬린 역),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페트라 역)


이 영화는 간단하게 말해, 우리에게 생소한 독일의 적군파의 탄생과 번성, 쇠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의 시작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누드 비치 위의 수많은 나체들. 역시나 영화의 정보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고 영화를 통해 영화에 대해 알아가는 나로선 이 영화가 독일 영화 특유의 성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뒤이어 이어지는 내용들은 누드비치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1967년 이란의 팔레비 국왕 부처가 독일을 방문한다. 국빈 자격으로서 방문하는 그들을 독일 대학생들은 반가워하지 않았다. 바로 팔레비 국왕의 독재와 그에 따른 무차별 학살, 학대에 대한 반대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국왕 부처의 가두 시위 행진시에 수많은 독일의 청년들이 피켓을 들고 반대 시위를 하게 되었고, 국왕 부처를 지지하던 정체가 의심스러운 세력들은 피켓의 손잡이 부분을 분리해서 반대 시위대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지만, 가두 행진을 통제하러 나왔던 경찰들은 가해자의 편에 서서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오히려 피해자들을 구타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그러는 과정에서 베를린 자유대학 로만어과 학생 Benno Ohnesorg이 경찰의 총탄에 맞아 사망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독일 내에서는 제국주의의 보이지 않는 폭력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저항의 의지를 불태우게 되고, 이러한 의지의 표현 및 경고의 차원으로 프랑크푸르트의 백화점 2곳을 폭파해 독일 전역을 들썩이게 만든다. (사상자는 없었음)

이때부터 독일은 철저하게 우익과 좌익으로 나뉘게 되고, 우익은 소위 부르주아들이 좌익은 대학생층이 가담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이들 좌익 단체는 적군파로 불리게 되고, 적군파는 국내에서의 저항에만 그치지 않고 아랍 세력과의 연계를 시도하여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각종 테러를 자행하게 된다.

이 영화의 시작 부분을 보면서는 우리의 70~90년대의 지나간 과거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을 더 무겁게 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90년대에 끝난 것이 아니라 바로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바로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의심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무자비한 탄압.
21세기 민주국가의 첨병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시민들을 수호하고 보호해야할 경찰들이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했던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변모해서 그들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고는 하나, 엄연히 지나친 공권력의 행사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여하튼, 초반의 이런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작금의 사태에 대한 답답함을 풀어보고자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답답함의 해소보다는 증폭이 되어갔다.
바로 이들의 성향 변질에 대한 것 때문이다.
자유와 평화를 찾겠다는 목적 아래 자행한 수많은 테러.
아무리 그들의 목적이 정당하다 한들, 일반 시민들에 대한 테러는 결코 인정받을 수도, 이해받을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동이 과연 당시 독일 공권력의 오남용과 다른 것이 무엇일까.
독일의 정부나 적군파나 모두 자신들만의 명분을 내세워 일반 시민들을 괴롭게 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영화를 보고난 후 이들 적군파에 대해 조사해보고 나름대로 정리한 바는 과연 이들이 시작부터 올바른 목적의식을 갖고 있었느냐 하는 의문이었다.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몇몇 청년들이 현실을 부정하던 차에 마침 일어난 공권력의 무자비한 행사를 계기로 자신들의 반사회적이고 부정적인 자아를 표출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항한다면서 백화점에 폭탄 테러를 한 것은 물론이며,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독일 내의 주요 건물들에 수시로 폭탄 테러를 감행, 선량한 시민들을 살해했으며, 이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버리며 저항의 수위를 더욱 높여갔던 것은 이들이 옳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또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이들의 생활 태도에서도 드러나는데, 어느 곳에 가든 그곳의 규율과 방식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려 했던 부분이 그렇다. 물론 이들의 생활 방식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방식이었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마약과 술, 섹스를 즐겼으며 이는 영화 후반부까지도 이어진다. 또한, 자신들의 목적 실현을 위해 은행을 털고, 차를 훔치는 등 일반 시민들에게 물질적 피해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문제아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적군파의 태동, 번성, 쇠퇴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그리고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의 평가는 하지 않는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국내의 많은 청년들이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봉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일관하며 무자비한 탄압을 했는데, 이 영화가 그런 무자비한 공권력에의 저항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정부에선 이런 영화를 만든 영화사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할 권한이 없기에 국내의 부정적인 사회 여론 조장 우려라는 명분 하에 상영 불가 판정을 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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