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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 프랑스를 구한 성녀?


잔 다르크
감독 크리스찬 두가이, 뤽 베송 (1999 / 프랑스)
출연 밀라 요보비치, 더스틴 호프먼, 페이 더너웨이, 존 말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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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잔다르크 줄거리

유럽의 가장 처절했던 전쟁이라는 일컫는 100년 전쟁. 프랑스는 영토의 반을 잃고 트로아 조약으로 왕권마저 강탈당한다. 그러나 샤를 7세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대관식을 거행하려 하나 렝스로 가는길 마저 영국군에게 점령당한다. 한줄기의 희망도 기대할 수 없는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이 시기, 프랑스를 구원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기적 뿐이었다.

로렌의 작은 마을에서 프랑스의 빛, 신의 선물 잔이 자라고 있었다.

13세의 소녀 잔은 매일 기도하며 신과 여러가지 방법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영국군에게 자기 대신 잔인하게 강간당하고 죽어간 언니의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잔은 성당에서 영국군을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하나님과 하나 되기 위해 선혈(포도주)을 마신다.

몇 년 후, 샤를7세는 국민들 사이에 신의 메신저라고 불리며 새로운 희망이 된 잔에게 군대를 주면 조국을 되찾겠다는 편지를 받는다. 그러나 샤를 7세와 측근들은 어린 잔을 믿을 수 없어 측근에게 왕 행세를 하도록 명령한다. 잔은 성에 도착하여, 그의 속임수를 알아차리고 샤를 7세에게서 군대를 받아내는데 성공한다.

첫 번째 전투 오를레앙으로 가는 문을 지키고 있는 난공 불락의 요새, "나를 사랑하는 군사들이여, 이 밤이 오기전에 우리는 승리한다!" 깃발을 들고 적진을 향하는 잔을 보고 지쳐있는 프랑스군은 사기가 최고조에 올라 대 승리를 얻어낸다. 그러나 잔은 전쟁터에 널려진 시체들에서 피 흘리는 신의 모습을 보고 괴로워 한다. 그리고 잔은 다음 전장에서 혼자 앞으로 나아가 적에게 이야기 한다. "헨리 왕에게 전한다. 이것은 명령이다. 이 들판에 묻히고 싶지 않다면 물러가라" 그리고 기적적으로, 영국군은 철수하고 오를레앙을 탈환한다.

샤를 7세는 렝스 대성당 대관식을 올리고 다시 프랑스는 왕권을 되찾지만, 아직 영국군에게 점령당한 많은 땅에서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은 처절한 편지를 잔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들을 구해야만 하는 잔과 전쟁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진 샤를 7세. 왕은 잔이 껄끄럽기만 한데...


잔 다르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사 시간을 통해서, 프랑스의 역사를 배울 때,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에 대한 이야기에서 잔 다르크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사실 당시의 왕들에 대해선 몰라도 잔 다르크에 대해선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애국주의 혹은 민족주의에 대해 배울 때도 잔 다르크는 나오게 되는데, 특히 한국사 시간에는 장지연이 쓴 <애국부인전>의 애국부인이 잔 다르크라는 것도 배웠을 것이다.

이처럼 잔 다르크는 위기의 프랑스를 구한 성녀로 추앙받고 있고, 프랑스 애국주의의 성녀이며 카톨릭의 성녀이기도 하다.
카톨릭의 성녀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중세 유럽과 르네상스 그리고 절대 군주시대를 거쳐 계몽주의에 이르기까지 프랑스가 차지한 카톨릭 내에서의 입지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수많은 난관의 시대 속에서 로마 카톨릭교를 지켜준 건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성녀로 추앙받는 잔 다르크에 대한 일대기가 바로 영화 <잔 다르크>이다.

<잔 다르크>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사실 역사 시간에 배운 것 외에 추가되는 내용은 없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과연 잔 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았느냐 하는 것이다.
역사에서는 잔 다르크가 신의 계시를 받고 프랑스를 위해 처녀의 몸을 바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카톨릭에서도 성녀로 추앙하는 거라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잔 다르크가 과연 신의 계시를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생각할 때는 그녀는 신의 계시를 받은 게 아니라 어머니의 잔인한 강간 살해로 인해 영국군에 대한 강한 복수심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정신 이상을 일으켜 헛것을 보았거나 아니면 미신에 사로잡혔다거나 아니면 일종의 사이코패스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계시의 시점 때문이다.
잔 다르크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백년 전쟁은 시작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70년 동안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나긴 전쟁 기간의 중반기에 잔 다르크는 태어났던 것이다. 뭐, 사실 신의 계시야 제대로 받기만 한다면 언제 받든 상관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란의 한가운데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 내내 잘 놀던 아이가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난 이후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게 됐다는 건 누가 생각해봐도 좀 이상하다.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머니 살해 장면으로 인해 강한 충격을 받고 그 충격과 복수심으로 인해 약간 정신 이상을 일으켜 헛것을 보다가 그것을 신의 계시라고 착각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그런 의문을 갖고 있는 듯 종종 암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처녀이어야만 한다는 부분도 솔직히 아이러니하다.
이는 기독교의 동정녀 마리아와 연관지어서 "신의 계시를 받는 사람은 반드시 처녀다"라는
미신 아닌 미신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영화에서도 역시나 샤를 7세 앞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잔 다르크의 주장의 사실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처녀성 검사를 한다...
동정녀 마리아가 신의 계시를 받고 전쟁하러 나갔나... -_-;;
여튼 이 부분은 따지고 보면 신관과 연관되는 부분인데, 감독은 이러한 장면을 일부러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신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영화 <잔 다르크>는 곳곳에서 잔 다르크가 과연 신의 계시를 받았느냐 하는 부분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과연 신이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잔 다르크>는 이러한 몇몇가지 의문점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을 한다.
뤽 베송 감독 자체가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밀라 요보비치 역시 연기의 달인이라고 평가받는 배우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를 보는 재미가 추가되는데, 그것은 역시 전쟁 영화의 묘미 전투씬.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가는 것도, 그렇다고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는 것도 아니지만, 중세 전쟁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칼싸움과 육탄전 장면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임엔 틀림이 없다.

단, 앞서 언급했던 감독의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에 대해선 관객들 스스로가 답을 찾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만큼, 한번쯤은 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